직업 특성상 외근이 잦은 필자는 서울시의 다양한 오피스 건물을 방문하게 되는 데 주변 분위기를 항상 예의 주시한다.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이 있지만 송파구 문정동의 변화된 모습이 이채롭다. 과거 패션을 앞세워 ‘문정로데오거리’로 명성을 떨치더니 이제는 지식산업센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는 구로디지털단지 및 가산디지털단지가 대표적이었으나 문정동에도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섰다. 문정동 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이곳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살펴봤다.

지하철 8호선이 닿는 문정역은 2호선 잠실역과 네 정거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처럼 대규모 쇼핑센터와 놀이시설이 없다 보니 굳이 찾아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문정역 인근은 비즈니스 밸리로 대규모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최신식으로 바뀌고 있다. 사무공간으로 한때 강남의 테헤란로가 각광을 받았으며 이후 비싼 임대료를 줄이고자 구로구 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가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문정지식산업센터가 생겼지만 이곳에는 타 지역과 다른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문정비즈밸리는 IT기반의 사업장은 물론 바이오, 녹색산업 등 약 3000개의 신성장동력산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문정지식산업센터가 다른 지역의 비즈니스 센터와 차별화되는 점은 문화적인 요소가 적절히 가미돼 있다. 타 지역의 경우 기존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다 보니 직장인들이 쉴 수 있는 녹색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건물은 높고 수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정형화된 빼곡한 건물 속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곳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문정지식산업센터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길거리 조형물 하나에도 신경을 쓴 게 눈에 띈다. 일반적인 의자에도 앙증맞은 식물 조형물이 있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는 물론 작품에 대한 정보도 안내돼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꼼꼼히 살피며 걷다 보면 이 곳을 계획하고 조성한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실제 이 거리의 이름도 문정 컬처밸리인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문화와 공연, 휴게시설이 들어선 문정컬처밸리는 문정역 3, 4번 출구에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광장부터 동부지방법원까지 390m 정도로 조성됐다. 커다란 광장에 조그마한 분수도 조성돼 있다. 중앙의 홀을 주위로 벤치가 감싸고 있어 직장인들이 잠시 짬을 내 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상부가 개방된 지하공간이라 그런지 얼핏 보면 쇼핑센터에 온 착각이 들 정도다. 필자가 이곳을 가끔 지나면서 독특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는 지하철역에서 법원으로 걷다가 만나게 되는 긴 통로이다. 컴컴한 이곳을 밝히고 있는 일직선의 안내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빛과 어둠이 주는 매력을 느끼며 걷다 보면 법조타운이 나타난다. 주변 곳곳에는 야외에서 쉴 공간도 보이고 아름다운 꽃들도 정서를 환기시킨다.

너무 많은 건물이 들어선 여파인지 수년간 빈 사무실도 많이 보이는 점은 아쉽다. 또한 한때 인파가 몰렸던 문정로데오 거리는 옛 명성을 많이 잃은 듯하다.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 아울렛이 계속 생겼고 PC 또는 모바일로 옷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인 듯하다.
요즘에는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세대가 됐다.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이와 동시에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문화와 접목을 선택한 문정지식산업센터의 시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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