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인근을 갔다가 식사를 해야 했다. 홍대에서 먹거리를 못 찾는게 우습지만 사실 주차 때문에 계속 이곳 저곳을 헤맸다. 홍대 동교동쪽은 일방통행도 너무 많고 주차를 할만한 규모 있는 식당도 찾기 힘들다. 오밀조밀 이쁜 식당과 카페가 많은 곳에 차를 가져온 내가 바보다. 하지만 스케줄상 어쩔 수 없었으니 고생도 감내해야 한다. 한참을 헤매다가 주택을 개조한 이쁜 가게를 발견했다. 게다가 이곳에는 한쪽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더 이상의 선택권은 나에게 없었다.
아담한 분위기 내 스타일~
이런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 나무의 결도 느껴지는 여백 한켠에 '광~야'라고 똭!! 뭔가 심플한 맛이 느껴지는 레스토랑이다. 세로무늬의 유리는 이 곳에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한쪽의 할로겐 등이 유리창 사이사이로 번지면서 나를 유혹하고 있다. 그래 당장 들어가보자~~
들어가려는 순간 입구에 메모간판과 마주했다. 그거슨 점심특선이었던 것!! 토마토 랠리쉬 9000냥, 명란크림 파스타 1만1000냥!! 오 가격도 착한데 와이프랑 둘이 왔으니 하나씩 시켜 먹으면 딱이다.
메뉴판을 보니 일반 가격은 상당했다. 휴 점심특선이 아니면 한끼 때우려다 3~4만원 지출할 뻔했다.ㅎ 뭐 물론 먹을 수 있지만 굳이 여기와서 급하게 먹을 필요는 없으니 점심특선을 당당히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살포시 햇살을 즐겼다. 이럴 때 내 벗이 돼 주는 라이카 카메라와 꽃, 그리고 이쁜 물병!! 이 셋의 오묘한 조화를 계속 카메라에 담으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정작 업로드는 휴대폰으로 찍은 걸...이게 현실인가보다. 카메라 메모리카드 빼는게 귀찮은 일도 아닌데 게을러진 게 분명하다. 아니면 라이카Q를 4년 간 사용한 후 라이카Q2에 대한 내 영혼의 갈망인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놀이에 빠져있을 찰라에 비쥬얼 짱인 에피타이저가 나왔다. 부드러운 식감에 얹어진 소스. 나이들어서 그런지 왜 자꾸 음식이 이뻐보이는지 모르겠다. 쉐프의 손길 정성이 느껴지는 빵한 조각을 미각도 잃은 미천한 입으로 우걱우걱 먹으며 와이프와 잠시 행복에 빠졌다.
라이카 카메라로 이녀석을 열심히 찍었는데 정작 확인도 하지 않는 이 귀차니즘!! 하얀색 접시가 유독 희게 보인다. 갤럭시S10 5G로 찍었는데 요즘따라 핸폰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에피타이저를 먹고 나니 잠시 후 메인 요리가 나왔다. 이 녀석 이름은 토마토 랠리쉬일 것이다. 그릇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음식을 담는 곳은 움푹 파여 있고 그 주위를 커다란 쟁반처럼 둘러져 있다. 한 마디로 인식이 돋보이는 효과가 느껴진다.
캬 새하얀 접시 위에 퐁당 빠진 크림 파스타~ 조개가 송송, 명란이가 살포시..역시 음식은 보는맛이 젤 중요하다. 특히나 나처럼 입이 짧은 사람은 씹어서 넘기는 것보다 눈으로 음미하는게 즐겁다.
사지창으로 면발을 돌돌 말아서 먹어봤다. 음..토마토 소스의 칼칼함과 곧은 면발이 혓바닥에 전달됐다. 면발이 쫀쫀한 탄력을 유지한 것이 느꺼지는 것을 보니 쉐프님께서 적당한 시간을 맞추신 듯하다. 소스의 신선한 맛이 기운을 북돋았으나 건조한 밀가루의 퍽퍽함도 뒤따라왔다.
사실 크림 파스타가 더 먹고 싶었다. 4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소화력의 부재로 치즈 덩어리와 밀가루의 조합을 내 위장이 별로 반기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내 혓바닥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여온 위장의 귓속말을 전혀 들으려하지 않는다. 혓바닥을 살살 녹이는 크림 소스에 조개의 달달함까지 더해져 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미남미녀의 모습을 빼다 박은 광야의 점심특선이었다. 이쁜 인테리어에 귀풍있는 그릇, 그리고 정성을 갖춘 음식!!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홍대를 와이프와 방문할 일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에 다시 방문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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