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오랜만에 빅토리녹스를 리뷰했으니 필 받아서 하나 더 작성해 본다. 사실 빅토리녹스가 가정을 비롯해 캠핑 갔을 때 진짜 유용하지만 전문 도구로서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만능 도구이지만 힘을 줘서 작업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갈증을 느낄 찰나에 빅토리녹스 스피릿을 알게 됐다.
이모델은 기존 빅토리녹스와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고 레더맨 스타일의 외형을 하고 있다. 때문에 빅토리녹스 DNA는 느껴지지 않지만 나이프와 각종 도구에서는 빅녹의 향후가 그대로 녹아 있다. 빅토리녹스 스피릿도 칼 모양과 드라이버 유무에 따라 선택이 나뉜다. 나는 빵칼과 드라이버 비트 도구를 구입했다. 이 친구도 거의 10년 된 것 같은데 당시 아마존에서 해외배송으로 샀다. 워낙 많은 기능이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순위로 정리를 해본다.
일단 빅토리녹스 스피릿의 가장 큰 특징은 온통 스틸로 돼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무게도 상당히 묵직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힘을 온전히 줄 수 있도록 안전클립이 있다. 만약 도구를 펼치고 작업할때 아무리 힘을 줘도 접히지 않는다. 작업을 마친 후 안전클립을 뒤편으로 이동해야 도구를 접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실제 작업을 하다 보면 상당히 편리하다.
1. 만능 플라이어
도구의 가장 근본이 되는 플라이어이다. 물론 일반 빅토리녹스에도 플라이어가 있지만 내구성 때문에 힘을 주기가 힘든 구조이다. 하지만 스피릿에 있는 플라이어는 왠만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튼실하다.
다만 전문 플라이어보다는 힘을 주기가 다소 까다롭다. 손잡이에서 너무 많은 힘을 주면 도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만한 작업을 하기에는 충분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2. 사용하기 편한 가위
빅토리녹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도구는 가위일 것이다. 사진상으로도 내가 얼마나 자주 사용했으면 저렇게 더러운지 모르겠다. 특히 스피릿에 있는 가위는 탄성이 좋아서 가위질을 하기 무척 편리하다. 종이를 오릴 때 택배 상자를 자를 때 기타 등등 모든 작업을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가위이다.
3. 강인한 십자드라이버
빅토리녹스 모델 중에 사이버툴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드라이버 기능 때문이다. 길쭉하고 여러 가지 비트로 교체할 수 있는 사이버툴은 지금도 선호제품 중 하나이다. 빅녹 중에 쓸만한 십자드라이버가 다소 적은 편인데 스피릿은 이 부분도 완벽히 해결했다. 적당한 크기의 강인한 십자드라이버가 있다. 다만 생각보다 굵어서 가끔은 사용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4. 일자드라이버
십자드라이버 못지않게 강인한 일자 드라이버가 있다. 일자 드라이버는 볼트를 조일 때만 쓰는 것 아니다. 후비고 파고 꺼내고 정말 용도가 다양하다. 다만 일자 드라이버도 두께가 상당해서 작은 용도로는 사용하기가 버겁다. 그래도 튼튼해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그리고 아주 그냥 한큐에 병을 딸 수 있는 병따개도 큼지막하게 있다. 그리고 아래에 조그마한 홈은 와이어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철사를 구부리든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유용하게 활용한 적은 없다.
5. 식빵 칼
빅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칼이다. 그런데 칼날을 보면 뭔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식빵 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두 종류로 나눴던 것 같다. 당연히 일반이 무난하겠지만 나는 기본 나이프는 너무 많아서 조금 다른 스타일로 선택을 했다.
이걸로 실제 빵을 썰 일은 없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스피릿은 전체적으로 스틸의 두께가 있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을 하기는 버겁다. 칼의 크기도 상당하고 묵직하기 때문에 전문 도구로서 잘 사용할 수 있다.
6. 작은 일자 드라이버
앞에서 대형 일자 드라이버를 살펴봤는데 이와 별도로 작은 일자 드라이버가 있다.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일상생활에서 유용하다. 기본적인 전자제품 중 아주 작은 드라이버를 제외하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깊은 곳은 두께와 길이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웬만한 드라이버는 풀고 조일 수 있다.
7. 송곳
일반 빅토리녹스에서 송곳은 중간에서 꺼내도록 돼 있다. 때문에 힘을 주기가 애매하고 잘못하면 손을 다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피릿에 있는 송곳은 진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한다. 안전클립이 있기 때문에 힘을 막 써도 되고 손잡이와 일자로 돼 있기 때문에 타기팅도 편하다.
송곳날도 예리하기 때문에 가죽제품에 구멍을 뚫거나 파고 긁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8. 톱날
슬슬 내가 잘 이용하지 않는 도구들로 가고 있다. 사실 캠핑을 좋아하든지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항상 그림의 떡이다. 톱날인데 날이 어찌나 튼튼하고 예리한지 만지기도 겁날 정도이다. 예전에 재미 삼에 나무를 잘라 봤는데 정말 잘 만들어서 나무가 슝슝 제대로 잘린다.
9. 가로 세로 스트리퍼
가로와 세로로 와이어 스트리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선 피복을 벗긴다든지 가끔씩 긁게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전선작업을 하기보다는 바닥에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걸 긁으면 정말 잘 벗겨진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 나온 것 같은데 끝부분이 날칼과 함께 바닥 등을 긁기에 좋게 디자인돼 있다.
10. 통조림 오프너
진짜 빅톡에서 빠지지 않는 툴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제는 없어졌으면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전설의 통조림 오프너인데 이제는 웬만하면 원터치로 나오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불필요하다.
게다가 끝쪽에 있는 조그마한 드라이버도 어차피 스피릿에 작은 일자 드라이버가 있기 때문에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 이제 과거의 관습을 벗고 새로운 도구를 첨부하기를 기대해 본다.
11. 철판 줄
스피릿은 역시 전문 도구에 걸맞도록 무서운 기능도 많다. 이 툴은 철판도 갈 수 있는 줄이다. 물론 나는 아직까지 철판을 손수 갈을 일이 없어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옆으로도 갈 수 있도 날 쪽으로도 톱니가 있어서 본인이 편한 방향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총평
빅토리녹스 스피릿은 디자인 자체는 전통적인 빅녹이 아니지만 조금 더 전문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특화돼 있다.
때문에 스피릿을 하나 구비해 놓으면 일반 빅녹은 관상용으로 스피릿은 실전용으로 나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다소 무겁기 때문이 일상에서 휴대는 힘들기 때문에 기존 빅녹을 완전히 대처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반짝이는 스틸의 감촉과 하나하나 빠질 수 없는 도구들이 탐나기 때문에 하나 장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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