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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의 미학, ‘서울로’에 찾아온 2020 봄풍경

포톡 2020. 5. 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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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체험 고가도로로 남은 옛 추억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처럼 쉴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도시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용산구에서 태어나 20대 초반까지 생활했던 필자에게 서울역은 가까운 듯 먼 공간이었다. 거리상으로는 서울역이 가까웠으나 막상 그곳에 가면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엄습해 특별히 약속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남산 아래 소파로에 소재한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 때에도 명동을 일주일이면 2~3일을 들렀던 탓에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정말 자주 접해야 했다. 어렸을 때 이곳을 지날 때면 공포감이 밀려왔다.

 

버스는 회현을 지나 서울역 고가로 진입해 서울역 방면으로 커브를 튼다. 높은 고가에서 급커브를 돌 때면 혹시 기사 아저씨가 운전 실수를 하면 나는 여기서 추락하겠구나 하는 무서움에 주먹을 꼭 쥐었다.

필자에게 공포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폐쇄되고 사람이 거닐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뉴스를 2017년경에 접하게 됐고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서울로 제대로 즐기기

서울로가 개장을 하고 방문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듬해에 찾아갈 수 있었다. 이후 서울역에 가게 되면 반드시 찾게 되는 힐링 코스가 됐으며 2020 서울로의 봄 풍경이 궁금해 최근 다녀와 봤다.

 

 

 

‘서울로’를 무난히 즐기기 위해서는 입구를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 서울로와 연결된 주변 건물을 이용할 수 있고 서울역 쪽에서 회전 계단을 통해 진입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회현역 3번(4번) 출구에서 시작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서울로는 길이 나뉘는 게 아니고 한 방향으로는 뻗어 있기에 중간부터 시작하면 코스가 다소 꼬이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는데 확실히 코로나19 여파 때문인지 내국인이 대부분이었다. 2020 서울로에 놓여 있는 꽃과 나무는 상당하다. 필자가 잠시 적어둔 것만 자목련, 백목련, 함박꽃나무, 모감주나무, 수수꽃다리, 쥐똥나무, 이팝나무, 영춘화, 비비추, 원추리....정말 끝도 없이 많은 수의 식물들이 있었다. 필자처럼 식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그냥 스치듯 지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보면 서울시의 세심한 준비를 느낄 수 있다.  화분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식물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

 

 

 

이날 수 많은 식물을 구경했는데 가장 눈에 띈건 항상 푸른잎을 하고 있는 소나무와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있는 무궁화가 너무 이뻐 보였다. 코로나 19로 고통을 겪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국화가 가슴에 더 와 닿은 것이었다. 중간중간에는 화분이 의자 기능도 할 수 있어서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좋다. 이윽고 서울역과 남대문, 그리고 남산타워가 다 보이는 서울로의 중간쯤에서 정말 제대로 된 서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을 지나가게 되면 곳곳에 안전표시판이 있는데 아래에는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개인 소지품이나 음료 등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로 중간을 조금 더 걷다 보면 철길 위를 지나나게 되는데 새로운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철조망에 기차 모양을 한 사랑의 열쇠고리(?)가 이쁘게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벤트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인근 숍에서 열쇠고리를 판매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로에 있는 숍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했기에 열쇠고리를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하면서 꽃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인근의 직장인은 물론이고 서울시민의 관광지로 서울로는 의미 있는 코스임이 분명하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지만 청파동 끝까지 걸으면서 다시 못 올 2020 서울로의 봄 풍경을 만끽했다. 혹시 이곳을 방문할 예정인 시민이 있다면 야경도 너무나 좋으니 일몰시간에 찾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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