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을 만날 때 10번이면 8~9번은 강남역에서 만났던 것 같다. 사실 철이 조금 없던 시절이었는데 강남역에서 시간을 보내면 뭔가 청춘이 느껴지고 흥미로운 일이 배가될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요즘에는 집 근처에도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기 때문에 굳이 시내로 나오지 않고 지역에서 먹거리를 해결한다. 업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제외하면 지인들과 시내에서 만나는 일이 극히 드물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친인척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교통편의상 강남역에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2차로 밥을 먹으러 갈까 하다가 반주를 즐기러 가기로 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걷다가 뭔가 예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에 불쑥 들어갔다. 수지상회 강남1호점인데 2층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창문의 화려한 불빛이 내 눈에 딱 걸렸다.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이 걸리지 않으니 접근성은 아주 좋다.
몸과 마음이 뻥 뚫린 기분
조금 이런 시간에 방문했는지 몰라도 안에 아무도 없었다. 우리 일행은 총 4명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일단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시원한 개방형 창문이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온 한국을 방문한 40대 사촌누나와 20대 조카가 무척 흥미로워한다. 일단 인테리어에서 합격을 받아서 다행이다.
내부 공간이 무척이나 넓은데 이날 정신이 없었는지 사진을 여러장 찍지는 못했다. 이곳에서 두어 시간을 보냈는데 나올 때가 되니 내부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약간 제주도 느낌도 나고 곳곳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사진을 대충 찍어도 잘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여서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것 같다. 메뉴는 테이블에서 태블릿 기기처럼 생긴 것으로 주문을 하면 된다. 우리는 이것저것 먹다가 보니 총 3~4개는 주문한 것 같다.
맛도 맛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요즘은 나이들어서 그런지 알코올 섭취보다는 좋은 분위기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흥미롭다. 어둠이 밀려오면 반짝반짝 할로겐 조명과 각양각색의 소품들이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하이볼의 재미에 빠져봐
다양한 하이볼도 맛볼 수 있었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어서 8온스짜리 텀블러에 담아 주는 음료이다. 하이볼의 어원은 미국의 속어라고 한다. 다양한 설이 있는데 클럽하우스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 술잔에 공이 날아들어 하이볼이 됐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꼭 위스키에 국한하지 않고 독한 술을 진저에일 등 소다수로 희석한 음료를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요즘 따라 새로운 음료에 흥이 많이 생긴다.
안주도 일본식도 있고 한국식도 있고 다양하다. 볶음류, 탕류, 기타 등등 다양한 것들을 맛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만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주문한 것은 일본식 샤브샤브와 정확히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볶음류 등 3~4가지 안주류 맛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정신을 놨기 때문에 안주류를 사진 찍지 못했다. 아쉬운 점은 분위기에 비해서 안주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도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런지 열심히는 먹었지만 확실히 안주의 퀄리티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다.
만약에 강남역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수지상회를 적극 추천한다. 무엇보다 2층 창가에 앉아서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오밀조밀 너무 아름다워서 한번 방문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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